• 2016. 5. 11.

    by. 무라언니레시피

    반응형

    날씨가 너무 화창 했던 오늘.

    눈을 뜨자마자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밀려 옵니다.

    하지만 해도 해도 줄어들지 않는 일들 덕분에 당일치기 여행은 포기하고 일터로 향했습니다.

    "목표량을 후딱 채우고 근교라도 다녀 오자!" 라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했지만, 집중력은 바닥을 치고.......

    "다녀와서 하면 되잖아? 집중력도 더 좋아질거야." 라고 스스로를 설득하고, 조금은 늦은 시간에 차에 올랐습니다.



    어디를 가야 하나......

    고민을 거듭하다 

    가까운 바닷가나 좀 거닐다 오자, 라는 생각에 서해안으로 향합니다.

    예전에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다 들렀던 행담도 휴게소가 생각나 그곳을 목적지로 출발했습니다.

    '휴게소에서 군것질 좀 하고, 산책로 좀 거닐다 오자!'


    계획은 좋았습니다. 





    목적지 행담도 휴게소를 티맵에 세팅하고, 블루투스로 멜론도 연결했습니다.

    첫차를 샀을 때 부터 핸드폰 내비만 사용했기에 그런지 몰라도 업체에서 제공하는 내비에는 손이 잘 가지를 않네요.

    첫차에는 차에 내비게이션이 없었고, 지금 차에는 내비게이션이 있지만 성능이 똥망이라 거의 쓰지를 않습니다.

    결정적으로 내비게이션 어플이 훨씬 정확한 것 같다고 느껴지기 때문인 듯 합니다.





    전날 GS25 편의점에서 1+1 하길래 사두었던 CJ 새싹보리도 챙겨 나왔습니다.

    그렇게 특별한 것 같지는 않네요.

    플라스틱 통에는 졸음 운전 방지용 홀스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졸음 껌도 씹어보고, 그냥 껌도 씹어보고, 폴로도 담아보고 했지만 졸리기 시작하면 대책이 없는 것 같아요.

    운전하다 졸리면 반드시 휴게소나 졸음쉼터로~!





    날씨는 너무나 맑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에, 햇살은 따뜻하고, 바람은 시원하네요.

    이런 날에는 뚜껑을 똭! 열어줘야 하지만.....ㅠ

    걍 썬루프 오픈으로 만족하기로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컨버터블을 구입해도 오픈을 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겨울에는 추우니까 힘들죠? 아무리 시트가 뜨끈뜨끈 엉뎅이를 데워줘도, 목 뒤에서 뜨거운 바람이 슝슝 나와도, 열면 춥습니다.

    여름에는 사정없이 내리 쬐는 땡볕에 구워지기 딱 좋습니다.

    봄이나 가을에 열어야 하는데, 중국에서 날아오는 황사에 미세먼지에 자외선에....

    이런 환경에서 컨버터블을 사는 것은 현명한 소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박스터만 보면 눈이 돌아가고, BMW 428i 컨버터블이 지나가면 부러움에 가득찬 눈으로 보곤 합니다.

    (사실 428i 컨버는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ㅋㅋㅋ)





    날씨를 만끽하기 위해 슬슬 달려보기로 합니다.

    주행모드를 에코프로모드로 세팅하고 썬루프와 창문을 모두 열고 영동고속도로에 올랐습니다.

    날씨는 너무나 화창하고, 도로 상황도 좋고, 음악도 좋고,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갑니다.

    그리고 강한 바람에 제 머리도 사정없이 날아다녀 곧 창문은 닫아야만 했습니다.





    55분을 달려 3시에 목적지인 서해안 고속도로 행담도 휴게소에 도착했습니다.

    에코프로모드로 슬슬~ 달려줬더니 26키로가 넘는 연비를 기록해 주네요.

    요즘들어 기변 뽐뿌가 아주 강력히, 아주 빈번하게 오고 있지만 이렇게 이쁘기 그지 없는 연비를 보여줄 때면

    "그래, 이만한 차가 어디있냐!" 생각이 듭니다.

    고속도로 위주로 1년에 2~3만키로 가까이 주행하는 상황에서 지금 타는 차는 최고의 선택 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음 차는 무조건 가솔린으로 살거에요. 





    행담도 휴게소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하도 여기저기 쏘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여러 휴게소들을 가봤지만 행담도 휴게소의 규모는 봐도봐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휴게소라면 으레 있는 음식들을 파는 부스도 있고

    투썸플레이스와 할리스커피, 공차, 앤티앤스 프레즐 등등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입점해 있습니다.

    휴게소에 들르면 어포튀김, 맥반석 오징어는 필수로 사먹곤 하지만 요즘 치과 다니며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기에 참기로 합니다.

    제 입 안의 금은 소중하니까요.


    어렸을 때는 윙윙거리는 기계들이 입안에 들어오는 것이 무서웠는데

    이제는 상담실장님이 불러주는 가격이 훨씬 더 무서워졌습니다.


    그럴 일은 없어야겠지만,

    만약 큰 병이 찾아 올 때도, 건강에 대한 염려보다 돈에 대한 걱정이 앞서게 되진 않을지

    내 몸을 갉아먹는 병과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 고통보다 경제적 손실에 더 겁먹게 되진 않을지

    서글픈 두려움도 함께 찾아옵니다.





    휴게소 한켠에서는 당진시 로컬푸드 행복장터가 열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평일이라 손님이 많아 보이지 않았지만 주말에는 구매하는 분들이 꽤 많을 것 같습니다.

    통행량이 많을 때의 행담도 휴게소는 그야말로 사람들이 바글바글바글 하니까요.





    행담도 휴게소에서 바라 본 풍경입니다.

    사실 바닷가 산책하려고 찾아온 행담도 휴게소인데.....

    산책로가 없습니다.

    잘 알아보고 올 걸.....

    어쩐지 아무리 검색해도 산책로 이야기는 없더라....


    이럴 줄 알았으면 오이도나 갈 걸 그랬습니다.

    오늘은 바다 근처를 걷고 싶었거든요.

    아쉽지만 오늘은 발걸음을 여기서 돌려야겠습니다.

    해야 할 일들도 많이 남았으니 집으로 돌아가 다시 일하러 나서야겠네요.





    이름 모를 꽃이 아주 예쁘게 피어 있습니다.

    화무십일홍이라 하죠.

    아무리 예쁜 꽃도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 합니다.

    대학생 시절에는 학교에 만발한 꽃들을 보면서

    "나중에 돈을 벌고 내 차가 생기면 더 많은 곳을 돌아보며 꽃을 봐야지."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돈이 생기고 내 차도 생겼지만, 꽃을 보며 기뻐하는 여유가 사라졌습니다.

    어린 시절 갖고 싶었던 것을 가진 후에 생각해보니, 그 시절 즐기던 것 들이 많이 남지를 않았네요.


    가난하던 대학 시절.

    잔디밭에 앉아 떡볶이와 튀김 5천원 어치 사들고 소주를 마시며 족발을 시킬까 말까 엄청나게 고민하곤 했습니다.

    자취방에 모여 라면을 끓이고, 면이 국물을 흡수 할 까봐 미리 덜어내고 국물에 소주를 먹곤 했습니다.

    이제는 부담 없이 족발을 시킬 수 있게 되었고, 라면 대신 더 그럴듯한 국물을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우리는 시간을 지불해야만 합니다.


    그 시절에는 돈을 많이 벌게 될 미래를 이야기하며 술을 마셨고, 지금은 그 때 그리도 먹고 싶었던 안주를 먹으며 그 시절을 이야기 합니다.

    각자 떠안고 있는 무게감에 자주 볼 수 없게 되었지만, 그 때만 느낄 수 있던 그 감정들은 사라져 버리고 없지만

    과거에는 미래를 함께 이야기했고, 지금은 과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옆에 있다는 것은 참으로 큰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비록 오늘의 드라이브 겸 산책 계획은 조금 어긋났지만, 휴게소에 온 이상 그냥 갈 수는 없죠?

    공차에 들러서 펄을 잔뜩 넣은 아이스허니밀크티를 사고 앤티앤스프레즐에서 크림치즈스틱을 샀습니다.


    살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먹느라 고생 엄청 했습니다.

    엊그제 치과에서 충치치료를 하고 금을 떼워 넣었는데 그 자리가 엄청나게 시렸던거죠.

    이 고통은 언제쯤 끝날까요....ㅠ





    오는 길도 천천히 달려 집에 도착했습니다.

    에코프로 모드 넣고 별 신경 안쓰며 달렸는데 연비가 24.2 나오네요.

    역시 연비 괴물입니다.

    잡소리 좀 안나고, 조금만 더 조용했으면 진짜 완벽한 차였을텐데 말이죠.

    물론 그런 모델도 있지만... 그걸 사려면 돈이.....


    아무튼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맑은 공기 마시며 기분 전환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주는 또 어디를 가볼까.... 벌써부터 고민입니다. 



    그리드형(광고전용)